구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관련 중견기업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기·전자, 자동차산업 등의 구리 수요 증가와 더불어 지속적인 구리 가격 상승세에 따른 최종 판매가격 인상 덕을 보고 있어서다.
동과 황동을 얇고 긴 막대 형태의 봉으로 연간 13만t 이상 생산하는 상장사 대창은 올해 매출 5882억원이 예상된다. 작년 대비 약 16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297억원으로 작년의 두 배 이상이다. 다양한 2차 가공 소재로 활용되는 동괴(ingot·잉곳) 등을 연간 9만4000t 생산하는 상장사 서원은 올해 2576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작년 대비 6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구리 소재 가공기업들의 올해 실적 증가 배경엔 t당 1만달러에 육박한 구리 가격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작년 3월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t당 4617달러까지 떨어졌던 구리 가격은 이달 24일 기준 958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구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는 구리 소재 가공기업의 ‘롤마진(제품가-원재료가)’을 끌어올리고 있다. 통상 구리 소재 가공기업은 생산에 투입하는 전기동(순도 99.9% 이상의 고품질 구리)과 동 스크랩(부스러기) 등 원자재를 3개월치 이상 쌓아둔다. 구리 가격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상승 국면에서는 3개월 전에 저렴한 가격에 산 원자재를 제품화해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수익성이 좋아진다.
대표적인 수요 증가 요인으로는 전기차가 있다. 전기차에는 손가락 굵기 이상의 구리 소재 버스바(busbar·전기차용 케이블)가 많이 들어간다. 손 회장은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전기차에는 구리가 20배 이상 들어간다”며 “현재 4% 수준에 불과한 전기차의 전체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늘어날수록 구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구리 공급은 불안정한 상황이다. 유럽의 주요 구리 생산국인 스웨덴 네덜란드 등이 러시아의 가스 공급 제한에 따른 전력난으로 구리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에서는 최근 학생운동가 출신 좌파 정치인 가브리엘 보리치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환경보호를 위해 광산산업에 부정적인 인물이다. 지난 8월 칠레 광산 노조 파업으로 구리 가격이 한 차례 출렁인 점을 고려하면 원자재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구리 소재 가공 기업들은 칠레 국영 동광산 기업인 칠레국가동업공사(CODELCO)에서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들여온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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